솔로 무보충 센투리 (107mile) 후기 - 바람과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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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생감있는 서술을 위해서 반말체로 기술합니다.

언젠가는 혼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가는 센투리를 가보리라 마음먹었지만,
어찌보면 좀 미친 짓 같기도 하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토요일 일기예보는 어제 낮까지 30% 정도 비가 올 확률이 있고, 저녁에는 20%까지 줄어들었지만,
일단은 아침에 일어나서 날씨를 보기로 한다.

일단, 아침에 비는 안오고 있고, 하늘은 먹구름이 좀 껴있지만 과감하게 진행하기로 한다.
예상되는 풍향과 풍속은 서풍에 15mph. 상당히 강한 바람이다.

무보충의 의미는 드래프트 무, 음식 보충 무, 식수 보충 무, 공구 빌리기 무 이다.
그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시계를 벗삼아 바람과의 사투를 벌여야 되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전거의 무게는 20.5 파운드, 물통, 물백, 간식, 공구 등을 다 넣고, 에너지 드링크는 3.2 리터 정도를 챙겼다.
자전거를 제외한 무게만 11.5 파운드 정도. 전체 무게는 32파운드다.
이건 뭐 투어가는 것도 아니고,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오늘의 코스는 초반에는 다운힐 분위기의 낙타등, 중반에는 짧은 업다운만 있는 평지 위주의 코스,
후반전은 업힐 분위기의 낙타등 코스이다. 총 거리는 107마일, 업힐은 2100ft 정도의 대충 투르 드 팜 스프링스 분위기의
코스라고 할까나. 그러나, 업힐과 다운힐이 전체적으로 더 빡세다.

바람이 보통은 북서풍인 경우가 많아서, 오전에 바람 약할때 출발하면 돌아올때는 순풍을 타고 돌아오지 않을까
예상을 했다. 그러나, 오늘은 완전히 오판이었다. 바람 약할때 순풍이라 거의 재미를 못보고, 돌아올때는 15mph의
끔찍한 남서풍을 맞아버렸다. 20mph는 후반에 구경도 하기 힘든 끔찍한 바람이었다.

집을 출발하자 나타다는 15% 경사, 오늘은 장거리를 뛰는 관계로 짧은 힐은 어택없이 시팅으로 올라간다.
바다까지는 다운힐 분위기의 낙타등이지만 중간 중간 나타나는 업힐이 힘들다. 평소보다 10파운드를 더 짊어지고
가는 것이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드디어 바닷가 도착, 여러 라이더들이 보인다. LT 존 직전까지 심박을 올려본다. 속도도 경쾌하고 드롭바와
에어로바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한다. 드롭바를 잡으면 20mph, 에어로바를 잡으면 21mph 정도 나오는 듯 하다.
예상했던 대로 5% 정도 속도가 더 난다. 좋게 생각하면 드롭바를 잡을 때 에어로 자세가 안정되었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다만 드롭바보다는 에어로바가 약간 더 편해서 오래 버티기가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만나는 모든 라이더들을 추월하면서 간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어 기쁘다.
엔시니타스 스타벅스에서 첫번째 휴식, 물통 반 정도를 비우고, 파워바 하나를 먹어치운다.

다시 라이딩 시작, 오션사이드 직전까지 가서 라이더 무리를 추월했다. 그러나 뒤따라오는 한 라이더가
범상치 않다. 오션사이드 직전의 Y자로 합류되는 도로에서 내리막에 속도받았는데 SUV 하나가 좌회전을 한다.
몇초 빨리가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그냥 듣거나 말거나 욕한번 해주고 지나간다. 욕이라도 안하면 따라가서
복수하고 싶을까봐 욕 한 번으로 끝낸다. 욕이라도 안하면 계속 짜증이 날 듯 하다.

뒤따라오던 라이더도 실력이 만만치 않다. 후드를 잡고서도 상당히 속도가 빠르다. 나는 드롭바를 잡아야 그 라이더보다
약간 더 빠른 것 같다. 그 라이더는 스탑 사인 몇 개 무시하고, 그때마다 거리가 벌어진다. 따라잡을만 하면 스탑 사인에서
벌어진다.

오션사이드 피어에서 나오는 급경사, 그 라이더 스탠딩으로 어택한다. 나도 따라해보지만 역부족이다.
업힐에서 딸려보긴 오랫만이다.
그렇게 캠프 팬들턴까지 같이 가다가 입구에서 그 라이더는 아이디를 순식간에 보여주고 가버린다.
나는 아이디 꺼낸다고 시간이 좀 지체된다. 어차피 드래프트하면서 상부상조하는 관계는 아니었으니 별로 상관은 없다.

캠프 팬들턴에서 첫번째 좌회전에서 그 라이더를 추월한다. 그러다 첫번째 나오는 긴 언덕을 만나는데 따라오는 기세가
매섭다. 오르막에서 엄청난 속도로 올라간다. 오늘은 10파운드를 더 지고 가기에 못이긴다고 자위한다.

그러다 평지가 나오고 에어로바를 잡고 가니 거리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다시 추월하고, 그 라이더도 또 나를 추월하고
그렇게 계속해서 추월과 추월을 반복한다. 그러다, 그 라이더는 여성 라이더와 한참 작업을 하면서 천천히 가기에
마지막으로 추월한다. 이제는 안 따라온다.

캠프 팬들턴을 빠져나와서 만나는 바이크 패스, 여기서 좀 먹고, 마시고, 암워머, 레그워머를 풀면서 좀 쉰다.
쉬는 사이에 아까 그 라이더 지나간다. 여기가 그 라이더와의 만남은 끝이었다. 종착지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못만났다.

바이크 패스는 완만한 업힐에 이은 다운힐 분위기 전체적으로는 평지 같은데 완전 평지는 아니다.
샌 오노프레 비치를 통과하면서 넓은 길에서 에어로바를 이용한다. 15mph 제한이라 도로 중앙으로 에어로바 잡고 간다.
여기가 에어로바 사용이 가장 좋은 코스 같다.

비치 통과해서 일반 도로 좀 타다가 다시 바이크 패스 좀 타니 샌 클레멘테에 도착한다.
오늘은 음식이나 음료수 보충할 일이 없어서 바로 턴한다.

턴하고 올라가는데 바람이 매서워진다. 아까 뒷바람이었던가? 느낌상 뒷바람 느낌은 아니었는데.
계산해보니 아까는 크로스 윈드에 가까운 약간의 뒷바람이었나 보다. 이런 바람은 도움도 별로
안되는데 말이다. 바람이 점점 매서워진다. 속도가 뚝 떨어진다.
19.9mph 까지 올라갔던 평속을 점점 까먹으면서 간다.

드디어 한 무리의 TT 라이더에게 추월을 당한다. 이제 막 라이딩을 시작한 사람들이라 믿고 넘어간다.
TT 자전거로 드래프트하면서 가는데, 이기는 것이 더 이상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앞에 가는 여성 라이더를 드래프트 하지 않으려고 하니 한동안 옆에 붙어간다.
꽤나 긴 시간이 걸려서 추월한다. 

화장실을 한 번 가줘야 될 것 같아서 화장실 이용하는데 그 사이 그 여성 라이더가 지나간다.
휴식하면서 다시 파워바 하나를 먹는다.

그렇게 바람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가다보니 바이크 패스가 끝난다. 이젠 다시 캠프 팬들턴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서 경치가 좋다. 그러나, 즐길 여유는 없다.

저 앞에 탠덤 라이더가 가기에 따라가본다. 힘들게 따라잡았다. 드래프트는 안하기에 바로 추월들어간다.
지나가면서 인사하는데, 앞에 탄 남성 라이더가 의족을 하고 있다. 의족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상당히 신기해보인다.

그 탠덤이 내리막에서 맹렬한 속도로 추월해간다. 역시 내리막은 탠덤이 지존이다.
그러나, 꾸준한 속도로 간격을 줄여나간다. 중간에 가다보니 다른 라이더와 이야기하면서 속도가
좀 느려져 있어서 다시 추월해간다. 이 이후 이 탠덤 라이더는 보지 못했다.

이렇게 오션사이드에 도착, 샌 루이스 레이 바이크 패스를 찾아간다. 입구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파워바 하나를 다시 먹는다.

이 바이크 패스만이라도 순풍이 불어주기를 기대했건만 옆바람이다. 별로 도움이 안된다.
19-21mph 정도를 내면서 그래도 꾸준히 올라간다. 에어로바 덕을 다시 좀 본다.
드롭바와의 속도차는 역시나 1mph 정도, 드롭바는 효율적인 RPM존이 조금 넓은 것이 좋다.
에어로바 포지션은 RPM 존이 좀 까다롭다. 95-105 정도가 적합한 것 같다.
상체로 힘을 주기 힘든 포지션이기 때문에 그런 듯 한다.

바이크 패스 끝에서 다시 파워바 하나를 먹는다. 간만에 화장실도 들렸다.
TT 타는 라이더가 앞바퀴는 삼발이, 뒷바퀴는 디스크를 끼고 왔다.
조만간 디스크휠을 하나 구입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평지 독주 코스에서는 효과가 좋을 것 같다.

이젠 이어지는 업힐 분위기의 낙타등 코스가 이어진다. 디스크휠을 낀 라이더가 업힐을 스탠딩으로 멋있게 올라간다.
꽤나 무거울텐데 잘 올라간다. 뭐 나도 짐 생각하면 더 무거울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간다.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가는데, 그 라이더 중간에 좌회전한다. 이젠 타겟으로 삼을 라이더도 없다.
완전히 독주로 업힐을 계속하면서 지긋지긋한 역풍 분위기의 크로스 윈드를 맞으며 산마르코스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바람 방향이 순풍쪽으로 바뀌에서 조금 순조롭다.
그러나, 평지가 아니고 약간 업힐이라 속도는 잘 안나온다.

15번 프리웨이 아래서 휴식하면서 파워바 하나를 다시 먹는다. 이젠 집까지 거리는 10마일 정도
화장실이 가고 싶으나 마땅한 곳이 생각 안난다. 레이크 호지스까지 가야할 것 같다.

에스콘디도 들어서서는 바람이 순풍쪽으로 많이 바뀌어 속도가 잘 난다. 아마도 여기가 약간 내리막일지도
모르겠다. 짧은 바이크 패스 통과해서 에스콘디도 다운타운으로 진입.
또 다시 역풍이다. 오늘은 바람과 원수졌는지 봐주지를 않는다.

레이크 호지스 입구 내려가는 길이 내리막이 심한데도 바람때문에 속도가 안난다. 이런 날도 있는가 보다.

레이크 호지스 바이크 패스 지나서 간이 화장질을 이용하고, 업힐에 대비한다.
남은 거리는 3-4마일 정도, 그러나 꾸준한 업힐이다.

바람은 완전 역풍으로 바뀌었다. 여기를 많이 지나다녔지만 오늘같은 역풍은 처음 만난다.
최저단을 사용해서 거의 기다싶이 올라간다. 속도가 7mph까지 떨어진다.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때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나려고 한다. 잠시 주무르니 괜찮다.

그렇게 집에 도착했다.

주행거리 107mile
주행시간 6시간 20분
휴식포함 주행시간 7시간 20분
평균속도 16.7 mph
Zone4 이상 시간 32분
평균심박 144
칼로리 소모 4977 KCal

처음에 목표로 했던 17mph는 못미쳤지만 평소보다 10파운드를 더 짊어지고 나갔고,
바람이 강한 날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인 것 같다.

아 쉬운 점은 파워바를 8개를 들고 나갔는데 5개 밖에 못먹었다.
다음에는 20마일당 하나씩에 여유분 하나를 생각해서 6개만 들고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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